패스트 패션 : 중국 브랜드 쉬인은 어떻게 전 세계 젊은이들의 마음을 얻었을까? - BBC News 코리아 (2024)

17세인 미카엘라가 쉬인(Shein)에서 한 번에 가장 많이 주문한 금액은 약 26만원이었다. 그는 그때 "16개 이상의 아이템"을 샀다고 한다.

미카엘라처럼 울트라 패스트 패션 거대 기업 쉬인을 열렬히 좋아하 팬은 전 세계에 수백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쉬인을 좋아한다.

그는 또 즐겨 보는 유튜브 인플루언서들이 쉬인의 할인 코드를 나눠주기 때문에 "더 많이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지난 10년 동안 쉬인은 나이 든 소비자들 사이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브랜드에서 가장 거대한 글로벌 패스트 패션 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 중국 회사는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뷰티와 홈 제품도 판매하며, 지난해에는 수익을 두 배로 늘려 약 2조 7000억(20억 달러)를 넘겼고, 이는 스웨덴 패션 그룹 H&M과 영국의 Primark 및 Next보다 많은 금액이다.

현재 쉬인은 전 세계 150개국에 제품을 배송한다.

그러나 회사가 런던 증권거래소상장을 준비하면서 환경 영향과 노동 관행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통망 내에서의 강제 노동 의혹도 포함된다.

미카엘라는 이러한 사실을 특히 쉬인이 포장재에 쓰는 플라스틱 양에 대해 우려한다.

하지만 그는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가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다며, "모두가 고급 의류를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물건을 살 때 마음 한켠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편리하다"고 그는 BBC에 전했다.

2008년 중국 기업가 쉬양톈이 설립한 쉬인은 초기엔 온라인에서 웨딩드레스를 판매하는 브랜드였다.

이제는 젊은층, 특히 Z세대에게 트렌디한 의류로 가장 잘 알려진 글로벌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고의 경쟁력은 바로 가격이다.

쉬인 의류의 개당 평균 가격은 단 만4000원이며, 어느 때든 온라인 플랫폼에서 60만 개 이상의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어 자라(Zara)나 부후(Boohoo) 같은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쉬인은 또한 미스가이디드(Missguided) 같은 경쟁 업체를 인수했다.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쉬양텐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글로벌데이터의 분석가 루이스 데글리즈-파브르는 이 브랜드의 진정한 전환점이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 쇼핑이 급증해 매출이 급증했을 때였다고 말한다.

쉬인은 또한 소셜 미디어를 영리하게 활용했다.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와 대학생들을 고용해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의류를 홍보하기도 했다.

"이 브랜드의 성공 시점은 유럽과 미국에서 틱톡 사용이 급증한 시기와 일치한다"고 데글리즈-파브르는 말한다. "중국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쉬인의 매우 저렴한 정체성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어요."

쉬인은 또 리타 오라와 케이티 페리 같은 팝 스타들을 섭외해 가상 콘서트를 여는 등 프로모션에 힘을 쓰기도 했지만, 동시에 소비자들 역시 엄청난 양의 오가닉 컨텐츠들도 스스로 만들어 올렸다.

SNS에선 젊은 여성들이 새로 산 쉬인의 크롭 탑, 드레스, 뷰티 블렌더에 대한 솔직한 리뷰를 하는 이른바 "하울" 영상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다시 돌아와 구매한다

쉬인의 사업모델은 아마존과 비슷하다. 대부분 중국, 브라질, 터키에 있는 수천 개의 제3자 공급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의류를 제작한 후 거대한 중앙 집중식 창고에서 배송한다.

또한 H&M과 자라의 소유주 인디텍스(Inditex)를 포함한 다른 패스트 패션 거대 기업들이 유명하게 만든 "테스트 앤 리피트" 모델을 가속화했다.

쉬인의 공급업체들은 처음에 100-200개 정도의 적은 수량으로 아이템을 생산한 후, 인기를 끈 스타일은 더 많이 생산한다.

이 브랜드는 새로운 아이템을 단 25일 만에 선보일 수 있는데, 이는 다른 작은 업체들이 몇 달이 걸리는 일이다.

또한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쇼핑 앱에서 고객 참여를 높이기 위해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을 사용한다.

사용자는 매일 로그인하고, 소셜 미디어에서 구매를 공유하고, 친구를 추천하면 포인트와 할인을 받는다.

"쉬인은 사용자가 더 많은 보상을 얻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도록 장려하고, 그 결과로 소비자들은 계속 돌아와 앱과 상호작용하며 구매를 한다"고 미국 에머리 대학 경영대 부교수 빌마 토드리는 말한다.

하지만 쉬인은 운영 관행에 대한 비판으로부터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이 회사가 런던에서 주식을 상장해 약 70조원(500억 달러) 가치의 공개 매각을 추진하면서 이런 우려는 다시금 커지고 있다.

쉬인의 대량 생산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그로 인한 폐기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작년에 미국의 한 의원 단체는 쉬인이 판매하는 일부 의류 제작에 중국 위구르족들이 강제로 동원된다는 주장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는 강제 노동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당시 쉬인은 BBC에 말했다.

쉬인은 관련 문제를 조사할 것을 약속했고, 모든 공급업체가 서명해야 하는 행동 강령을 엄격히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과 프랑스에서 구매자들을 위한 재판매 플랫폼을 출시해 환경 친화적 이미지를 강화하려고 하며, 작은 배치로 의류를 생산하는 것이 재료 낭비를 거의 없앤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부에선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21세 학생인 제스 가빈은 과거 쉬인을 종종 이용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온라인 쇼핑으로 시간을 보내면서 쉬인에 빠져들었다.

제스는 쉬인의 탑과 수영복을 좋아했고, 싼 가격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윤리적 문제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쉬인 대신 중고 사이트인 빈티드(Vinted)와 디팝(Depop)을 이용한다.

"확실히 어릴 때는 이런 것들에 대해 조금 덜 신경 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더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한 보도에 따르면 쉬인은 처음에 미국에서 주식을 상장하려 했으나, 투자자들이 이를 경계했다.

쉬인은 영국에서도 비슷한 우려에 직면해 있으며, 일부에선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들을 떠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한편에선 그럼에도 런던에서 이렇게 크게 상장하는 것이 이 회사에 매우 이득이라고 주장한다. 회사 운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기회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런던 증권거래소가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들을 유치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시점에 영국 경제에 큰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카엘라는 쉬인이 영국을 금융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조심스럽게 환영했다.

"그들이 환경 문제, 작업 관행 등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이는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